창조적인 오독(誤讀)
: '오독'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단순히 말뜻을 잘못 이해하거나 논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빈곤한 오독'이요, 슬로 리딩을 통해 심사숙고한 끝에 '작자의 의도'이상으로 흥미 깊은 내용을 찾아 내는 것은 '풍요로운 오독'이다. 확실히 사람들이 제멋대로 착각을 할 때에는, 의외의 창조성이 발휘되는 법이다.
: '존재의 무'라는 저서로 유명한 실존주의자 사르트르는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의 대표저서 '존재와 시간'을 어떤 의미에서는 '오독'했다고 할 수 있고, 그 오독에 의해 독자적인 사상을 키웠다. 그것이 싫었던 하이데거는 그후 '휴머니즘 서간'이라는 글을 발표하여,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와 자신의 '실존철학'은 별개의 것임을 애써 설명했다.
: 하이데거의 저서는 어느 것이나 지극히 난해하다. 원래부터 '오독'의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르트르가 '오독'을 통해 생각해낸 것이 부정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후로도 포스트모던 시대의 대표적 사상가 자크 데리다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사상가들은 어떻게 보면 하이데거의 매력적인 '오독'을 통해 사색을 심화시켰다.
: 철학을 예로 들면 이렇게 딱딱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음식과 같은 조금 더 가벼운 예를 들 수도 있다. 스페인 사람이나 포르투갈 사람에게 나가사키 지방 특산물 카스텔라를 보여주면 매우 감동한다고 한다. 카스텔라의 기원은 '비스쿠초'라는 스페인 과자나 '빵 드 로'라는 포르투갈 과자인데, 그 어원은 카스티야 지방에서 유래되었다. 이것들은 아직도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그것이 그 옛날 먼 바다를 건너와 일본에서 이런 과자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그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재료상 제약도 있었겠지만, 당시 일본인들은 모양만 보고 흉내내어 지금의 '카스텔라'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이는 일종의 '오독력'에서 온 것으로, 그 결과가 '비스쿠초'나 '빵 드 로'와 다르다고 해서 카스텔라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또한 멕시코의 울트라바로크 교회는 본래의 스페인 바로크교회보다 훨씬 그로테스크하고 과도한 장식을 했는데, 이 역시 그들의 독창적인 '오독력'의 산물이다. 이처럼 문화는 전파과정에서 '오독력'에 의해 풍부해지며, 이는 책도 마찬가지다.
: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이러한 풍요로움은 어디까지나 책의 입장에서 풍부하다는 것이다. 확실히 '오독력'은 책의 가능성을 확대시켜준다. 그러나 '작자의 의도'를 완전히 무시하고 언제나 '오독력'에 의지해서 책을 읽는 사람은,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도 늘 독선적인 결론만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독자로서의 가능성을 편협하게 하는 독서법이다.
: 책을 읽는 또 하나의 기쁨은 타자와의 만남이다. 자신과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여 자신의 생각을 보다 유연하게 만드는 것, 이를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오독'을 즐기고 다른 한편으로는 '작자의 의도'를 생각하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이는 슬로 리딩의 비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